심리칼럼

공부의 신, 마음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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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상담센터 작성일17-04-04 13:42 조회1,2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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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마음의 신

얼마 전 한 지인의 연락을 받고 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도서관에서 책을 덮어놓고 이어폰 꽂고 그림을 그리다 딱 걸린 것이다. 어찌보면 학생이 도서관에서 음악을 듣거나 장난을 친 것은 당연한 일인데(다른 곳은 못 가게 하니) 다급한 엄마는 고등학생인 아이를 때리면서 혼을 냈고, 아직도 화를 풀지 못하고 있었고,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그다지 반성하는 기색은 나타나지 않았다. 필자를 만나자마자 엄마는 ‘이제 다 필요없다’라는 역설적인 말로 시작해(사실은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는데 못해서 속상하다라는 말 아닌가), ‘내가 공부 하기 싫으면 도서관 가지 말고 그냥 쉬라고 했는데 거짓말을 하고 도서관에 가서 놀고 있더라’라고 아이에게 죄명(거짓말)을 만들어 붙이기까지 했다. 엄마의 말은 다 들은 다음 엄마를 내보내고 아이의 얘길 들었다. 사실은 친구가 거의 없고, 가족들 중에서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 공부를 하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왜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것 등등. 내용을 종합해보니 아이는 이성적이고 똑부러지는 엄마와는 달리, 여리고 감정적이며 이상향을 꿈꾸는 자유주의자였다. 작은 일에 쉽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이상향을 꿈꾸는 아이는 주변을 비난하기 보다는 참으며 지내왔고, 나름대로 밝고 맑은 세상을 꿈꾸지만 고집스럽고 현실성이 부족해 또래 아이들이 공유하는 대중적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니 혼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싶어하지만 어려서부터 엄마에게 의존적인 성향이 몸에 베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주도성을 가지지 못하니 항상 나사가 빠진 듯 뭘 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게 당연해 보인다. 자율성, 창의성, 다양한 사고 등을 장려하지 않고, 엉뚱한 생각들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기 보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쉬운 것이 현실적인 교육 환경임을 감안할 때 이런 아이와 같은 아이들은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 가장 취약한 아이들이다. 게다가 잡념이 너무 많아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 특히 스트레스가 지속되거나 커다란 일이 터지면 남들보다 훨씬 더 힘들다. 이런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상향을 지키는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이상적 가치, 또래 아이들과 수준이 맞지 않아서 공유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대답은 간단하다. 대학에 가라는 것이다. 아무 대학은 아니다. 자신의 수준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 않는 대학에 가야한다. 자율적 사고가 넘치는 아이들은 대학에 가면 넘치는 자유를 정말 알뜰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동안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것들을 직접 체험하고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다(오히려 고등학교까지 모범생이었던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 주어진 자유를 주체하지 못해 자유를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그동안의 심리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안도감을 느끼고 비로소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런 내용을 아이와 엄마에게 그대로 전달해주었고, 아이는 3일 뒤에 학습 계획표를 작성하여 엄마 앞에 섰다고 한다. 

보통 부모는 마음이 급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모른다. 부모는 급한 마음에 몇몇 단서를 가지고 성급한 결정을 내려 아이에게 없는 죄를 씌운다(‘공부 안한다고 하면 될 것을 공부한다고 거짓말 해놓고 놀고 있다’). 아예 포기한 아이들 말고 공부 하기 싫은데 도서관 억지로 가는 애가 어디 있나. 공부를 하려고 도서관에 갔는데 공부가 안되는 것이 어찌 거짓말인가 말이다. 공부 안한다는 죄명에 거짓말에 대한 억지 가중처벌까지 받고나면 아이들은 당장은 ‘뭔가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는지라 이내 죄책감은 분노감으로 변한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서 괴롭고, 공부를 해야하지만 안되는 것도 괴로운데, 죄책감에 분노감까지 더해지면 이젠 정말 도서관에 갈 의지조차 뿌리 채 뽑아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에 각종 공부방법에 대한 내용이 나와 관련 업체들의 매출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학원이다, 인강이다 좋은 학습방법은 다 써봐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친구들과 그 부모님들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공부의 신보다는 마음의 신이 더 급한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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