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칼럼

성태훈의 아빠심리학19 - 없애기보다는 확대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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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상담센터 작성일17-04-04 13:50 조회1,4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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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하고 있는데, 산에 불이 났다고 치자. 불이 작으면 직접 끌 수 있겠지만, 119에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민간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간단하지만 소방관들이 직접 불을 끌 때는 좀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소방관이 불을 다루는 방법 중에 하나는 불이 번지는 방향으로 먼저 가서 작게 불을 질러버리는 것이다. 불이 났는데 또 불을 지른다는 것이 언뜻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불이 더 크게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있다. 크게 상처가 나서 피가 날 때도 마찬가지다. 일단은 지혈을 해서 더 이상 피가 밖으로 나오지 않게 막아야 한다. 치료는 그 다음이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언젠가부터 계속 10시를 넘겨서 집에 들어온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아빠는 답답하고 화가 난다.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화를 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아이는 무슨 말만 하려 하면 고개를 푹 숙이고 아예 귀도 막아버리는 것 같다. 몇 번 화를 냈더니 이제는 아예 12시를 넘기더니 외박까지 한다. 아빠도 더 이상 참기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늦은 귀가는 성적 저하, 부모에 대한 불만, 건전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함 등 다양한 원인들과 관계가 있고, 일탈 행동은 이러한 문제들로부터의 탈출구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탈출구를 막아버리면 아이는 다른 더 확실한 탈출구를 뚫는 수 밖에 없다. 이미 10시에 들어오기 시작한 아이에게 7시까지 들어오라는 것은 고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리한 규칙을 강요하면 아이는 가출 같은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따라서 문제행동이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정상 범위로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확산을 막는 것이다. 일단은 작은 불을 놓거나 지혈을 해서 문제가 더 커지지 않게 막아야 한다. 아이와의 대화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10시까지 어떤 아이들과 뭘 하고 다니는지 물어보자. 범죄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잘 들어주고, ‘술은 조금만 마셔라’, ‘밤에는 위험하니 버스 끊기기 전까진 들어와라’ 등 아빠의 걱정을 전해주자. 이렇게 해서 아이가 10시까지의 생활을 아빠와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아이는 마음이 편해져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 잘 통한다면 아이를 9시까지는 귀가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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