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칼럼

어려운 살림에 힘들게 맞벌이 하면서 학원이다 뭐다 보내놨더니 너무 공부를 안해서 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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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상담센터 작성일17-04-04 13:43 조회1,2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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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동기는 행복추구입니다. 그러나 그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조건이 붙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력할 때 그 행복이 자기것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녀 공부에 대한 얘길 해야하는데 행복이란 주제가 뜬금없이 들리기도 하시죠? 주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요즘은 어려서부터 학습할 것들이 넘쳐납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사설 어린이집을 몇군데 가봤더니 정말 잘해놨더군요. 인지기능은 말할 것도 없고, 감수성, 음악, 미술, 체육까지 최고의 교육을 할 수 있게 해놓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비용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잠깐 욕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아내와 얘기를 하다보니 금방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이 이런데 초중고로 올라갈수록 더 심하겠지요.

 


중고등학생을 둔 부모님들 얘길 들어보면 저축이란 걸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기본 생활비 이외에는 주택대출과 교육비로 대부분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월급 받아서 생활비, 주택대출, 교육비를 충당할 수 있는 집은 다행이죠. 주제에 맞게 교육비만 보면요. 그나마 학원을 한두개 정도 다니면 감당할 수 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걸 학원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 개씩 더하다보면 어느새 주말까지 5-6개를 하게 되고 좀더 무리하면 과외까지 시키게 됩니다. 게다가 방학때는 외국 한번 보내야지요. 차라리 조기유학 안보내면 다행이구요. 학기중엔 학원과 과외, 방학땐 어학연수 등등 하고나면 이젠 정말 생활비가 없어지고 집 없이 나와앉을 판이지요. 그나마 이렇게 해서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모든 아픔, 괴로움, 상처 다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투자를 좀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식 넣었다가 한 5% 손실 나면 그런대로 참을만 합니다 10% 정도도 마음은 아프지만 아직 괜찮습니다. 그런데 -15%, -20% 막 내려가기 시작하면 정말 암담해집니다. 그러다 50% 이상 뚝 떨어지면 이젠 화가 나죠. 당장 투자한 회사 찾아가서 책상 뒤집고 싶어집니다. 도덕적으로는 조금 다르지만 교육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모두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투자는 조금이라도 이익을 기대하고 하는 것인데 ‘성적향상’이라는 이익은 커녕, ‘성적저하’라는 손실이 나고, 거기다 그 하락의 폭이 크면(손실이 커지면) 마음속으로는 정말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패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나요? 손실의 크기만큼 커진 화가 고스란히 자녀에게 갑니다. 처음엔 달래봅니다. ‘다음엔 열심히 해봐’, ‘무슨 문제 있니?’ 그 다음엔 한번씩 내뱉는 무심한 말들로 상처를 주게 되죠. ‘그럼 그렇지’, ‘아예 이젠 포기했구나’ 여기까진 그래도 기대가 남아있는 상태이지만, 여기까지오면 아이들도 슬슬 반항심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비꼬는 말들은 항상 상대방을 자극하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의 반항이 본격화되면 드디어 부모와 전쟁이 시작되고 이젠 대놓고 서로의 약점을 꼬집어 공격합니다. 여기까지 오면 공부는 이제 저리 멀리 히말라야 산꼭대기로 보내버리고 당장 자식 안보는 게 소원인 단계로 갑니다. 

근데 한번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이익과 손실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서, 만약 100만원을 투자하고 10만원의 이익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10만원 손실이 났다. 그러면 실망감의 크기는 10만원이 아니라 20만원어치가 됩니다. 사실은 10만원만 손해봤는데 마음속에서는 더 큰 소실을 입은 것이죠.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80점 받아오길래 90점 받으라고 학원 더 보냈더니 70점이 됐다. 그러면 10점이 아니라 20점 만큼 실망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실망에 조금 잘못 대처하면 그 실망만큼 화가 쌓이게 되고 그 화는 아이의 문제행동을 더욱 부채질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성적하락의 폭이 커지면 당연히 실망이 커질 수 있지만, 주목해야할 것은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커질 수 있고, 그것이 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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