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칼럼

성태훈의 아빠심리학 8 - 기억에 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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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상담센터 작성일17-04-04 13:47 조회1,6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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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 장모님이 집에 오셔서 같이 식사를 하던 중, 아이들 식사를 챙겨주는 걸 보시고는 장모님이 ‘니네 아빠, 최고다~’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속으로 으쓱해하고 있던 찰나, 아들이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딱부러지게 말한다. ‘아빠는 일요일에만 최고에요.’ 난 6살 짜리 아이의 직격탄에 갑자기 할 말을 잃었고, 아내는 속이 시원하다며 파안대소를 했다. 일요일만 최고인 아빠라니, 서운하기도 하고 실망스러운 마음에 나머지 6일은 그럼 어떻게 해야 최고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려다 참았다. 일하는 날까지 일요일처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가는 아이들과의 보금자리를 유지할 돈을 벌지 못할 테니까, 그냥 한 달에 4번이나 최고가 될 수 있음에 만족하고 나 자신을 보호하기로 했다. 
아빠는 여기저기서 공격을 받기 쉽다. 아들은 일요일에 아빠가 최고라고 했지만, 6일은 그렇지 못하다는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아빠는 맨날 늦는다’, ‘아빠는 TV만 본다’, ‘아빠는 술만 마신다’ 등 사실 아빠에 대한 불만을 끝이 없다. 듣고 보면 그런 면이 있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사실 아빠는 억울하다. 지난 번 에버랜드 가서 짐 들고 따라다니면서 땀 흘려 논 거, 자전거 탄다고 해서 류현진 야구 못보고 같이 나갔던 거, 밤에 치킨 먹고 싶다고 해서 엄마의 반대를 물리치고 사줬던 거 등등.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칭찬받을 만한 일들도 했는데, 이 부분은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놀아줘봐야 소용없다느니, 자식들은 다 엄마 편만 든다느니 불평을 하기 쉽고, 그러다보면 아이들하고 놀아줄 의욕은 더 떨어진다. 
왜 그럴까? 적어도 한 것 만큼은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 아이들은 아빠 보다는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낸다. 엄마와 오래 있다 보니 많이 혼나기도 하지만, 의지해야할 것도 많아서 엄마를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엄마와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빠와 있는 시간은 적어지기 때문에, 아빠의 행동은 상대적으로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일주일동안 혼나기와 칭찬받기를 반복한 엄마를 딱히 어떻다 라고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일주일 전에 마지막 본 아빠의 행동이 쇼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것이었다면, ‘아빠는 TV만 본다’라고 말하기가 어렵지 않다. 
아이들이 아빠를 싫어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좋은 기억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좋은 기억이 충분히 오래 남아있지 않아서 그렇다. 감정이 붙어있거나, 의외의 자극이 주어지는 상황에 대한 기억은 한 번의 경험으로도 오래 갈 수 있다. 아이와 놀 때 서로만 알 수 있는 사인을 만들어보자. 자전거 타기를 가르칠 때, 밀어야할 때는 ‘고(go)!’, 멈춰야 할때는 ‘도(help)!’라고 외치게 하자(사인은 정하기 나름이다. 간단하고 재밌는 게 좋다.). 그리고 아이의 요청에 따라 바로바로 응해주자. 아빠로 인해 안전하게 세상을 배운 아이에게 자전거타기는 ‘의외의 즐거움’이 되어, 아빠와의 다음 만남이 있을 때까지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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