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칼럼

성태훈의 아빠심리학26 - 아빠의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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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우상담센터 작성일17-04-04 17:50 조회1,6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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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와 같다고 한다. 암같이 심각한 병은 아니면서 자주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밤새 작성한 기획안을 상사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우울감을 느끼지만, 꾸역꾸역 다시 작성해서 결국은 상사의 사인을 받게 되고 기분은 한결 나아진다. 직장에서 쫓겨날 정도의 큰 스트레스가 생기면 더 큰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고,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또다시 재기에 성공하고 과거의 좌절을 발판 삼아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보통 우울하다고 말할 때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인데, 자신의 힘든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스스로를 자극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도움을 받아서 문제 상황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보통 아빠들은 자신의 우울감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인식하더라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는다. 감기쯤은 별거 아니라며 병원에 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강인함을 남성성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아빠는 감기 같이 가볍고 일상적인 질병에 대해서 그 심각성을 낮추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수치스러워한다. ‘그따위 것은 그냥 하루 푹 자면 괜찮아진다’라면서 지나가고, ‘오히려 소주 한 잔 했더니 나아졌다’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가벼운 질병을 무시하면 점점 독소가 쌓이고, 암이나 뇌졸중 같은 심각한 질병이 갑자기 닥치게 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상사에게 지적을 받거나 손님에게 무시를 당하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운이 빠지고 우울해지는 것도 당연한데, 화난 것만 표현하고 우울감은 표현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못한 아빠는 점점 더 약점을 숨기게 되고 약점이 드러나는 상황에 민감해져서 사소한 자극에 크게 화를 내는 일이 반복된다. 아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는 행동에 ‘버릇이 없다’라면서 크게 혼내고, 옆에서 엄마가 한 마디 참견이라도 할라치면 ‘당신까지 날 무시하냐’라면서 비난한다. 아이는 아빠를 무서워하게 되고, 엄마는 아빠를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사실 아빠도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이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인지, 도움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를 모를 뿐이다. 엄마는 가장 훌륭한 조력자이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낸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면, 아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자.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점을 편안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 한 명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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